노래 중간중간 인터뷰하는 가수들 모습을 보며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사실 그들의 두려움이 그들의 진지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가 유독 바르게 보이던 때였다. 사람들이 발편집을 운운해도 별로 개의치 않았던 까닭도 그 때문이었다. 엄살 아닌 엄살을 떨며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도 솔솔했으니까.
한데, 그 모든 게 예능에 속고 또 속았던 시청자의 순수한 바람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어제의 결과를 보면서 깨닫는다. 어쩌면 가수 그들이 두려워했고 또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시청자나 청중 평가단의 평가가 아니라, '탈락' 그 자체와 그로 인해 타격을 받을 그들 자신의 이미지였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어제와 같은 상식 밖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재도전으로 포맷을 변경한 것에 배신감이 들거나 하지 않는다. 만약 김범수나 윤도현이 7등을 했고, 그들에게 재도전 기회가 주어졌다면 오히려 나는 그런 결정을 내려준 제작진과 가수들에게 고마워했을 터다. 시청자가 오히려 꼴찌를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무대였다는 뜻이다. 정말 기분 나쁜 건, 하필 김건모가 그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김건모는 그날 누가봐도 인상적이지 못한 공연을 했으니까. 전성기 때 시원하게 뚫고 올라갔던 고음도 없었고, 뭔가 감정을 자극하는 애절함도 부족했다.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라는 부분도 원곡처럼 자연스럽게 꺽이지 못했다. 요컨대, 최선의 노력의 흔적도 선천적 재능의 발휘도 없었던 그저그런 평범한 무대였다.
그러니, 배신감이 드는 부분은 바로 거기다. 7등을 해도 별로 의아하지 않을 무대에 재도전을 준 제작진과 출연진들이다. 말로는 재도전을 통해 보다 양질의 무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재도전이 있으니 한번쯤 소홀히 해도 되는 무대가 있다는 것 밖에 안된다. 그런 말은 핑계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탈락'이란 그 자체가 두려웠던 거다. 탈락을 이끈 평가단들의 평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뒷전이었던 거다. 기껏 야심차게 탈락 제도를 마련하고 막상 당해보니 화들짝 놀라 감당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우스울 따름이다.
이제 주말에 뭘 봐야 하나. 간만에 볼만한 프로그램이 나왔나 싶더니, 이렇게 기대를 무너뜨리니....참... 야속한데 누구를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거기 나온 제작진과 출연진 누구하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허허...


